Cheating ring
“야 거기 맨 뒤 컨닝구 하는 놈 나와!”
표준국어대사전엔 올라 있지 않지만 우리에겐 익숙한 ‘컨닝’을 하는 모습을 적발한 필자 고교시절 나이 지긋한 선생님의 불호령이었다. 화들짝 놀란 그 친구는 당연히 교단 앞으로 나와 호된 꾸지람과 함께 어느 정도의 육체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겠지만
시험 볼 때 일어나는 ‘부정행위’를 뜻하는, 영어권 사람들과는 소통이 되지 않을(make no sense) 컨닝이란 말이 언제부터 우리에게서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부정(한), 교활(한)’이란 의미의 cunning이란 말에서 비롯된 것이란 주장이 가장 그럴 듯해 보인다.
‘지식, 아는 것’을 뜻하는 고어 cunnen에서 그 연원을 찾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cunning과 관련해 알아 둘 표현은 여우를 빗대어 ‘대단히 교활한’이란 뜻의 as cunning as a fox 정도면 적절할 것 같다.
물론, 부정행위를 뜻하는 영어단어는 cheating이다.(Copying answers to the student sitting next to you). ‘속이다, 사기 치다’란 의미의 동사 cheat에서 비롯된 말인데,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뜻하는 의미(Breaking the trust of his or her partner by getting physically or emotionally involved with another person)로도 쓰인다. 특히 두 번째 의미는 몰래 카메라(hidden cam)를 설치해 놓고 배우자의 부정을 추적하는 미국의 케이블TV 프로그램 “Cheaters”를 통해서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시험이란 제도가 생겨나면서부터 시작되었을 cheating이 우리의 대학수학능력시험격인 미국의 SAT(Scholastic Aptitude/Assessment Test) 시험에서 벌어졌다고 한다. 한 명문대 재학생이 수 차례에 걸쳐 돈을 받고 대리로 시험을 치뤄 높은 점수를 받게 해 주었다는 것인데, 실제로 돈을 준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까지 했단다.
이를 전하는 외신기사들의 제목에는 SAT cheating ring이란 표현이 대부분 들어가 있는데, 우리에게 다소 낯설어 보이는 ring은 여러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부정행위에 가담했기 때문에 붙여진 ‘범죄조직’이란 의미다. (an organized group of people who are involved in an illegal activity: Police are investigating the suspected drug ring in the town.)
이번 SAT 대리시험 사례에서 보듯 부당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는다는 차원에서 cheating은 반드시 사라져야 할 나쁜 행위지만, 유감스럽게도 시험이란 제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한 골칫거리로 남을 거 같다.
근데, 이렇게 말하는 나는 어떤 식으로든 단 한 번도 컨닝한 적이 없을까?